흑요정들의 기원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허나 흑요정들의 말에 의하면 오래전 미의 여신 베누스가 사랑하던 인간 나르시스와 사랑에 빠지게된 요정 라디아가 난쟁이들의 이간질로 인해 여신의 저주를 받게 되었고, 그녀가 살던 마을 전체가 지금의 외모를 가지게 된 것이 흑요정의 시초였다고 전해진다.
변해버린 외모를 본 나르시스는 그녀를 떠났고 그 사건 이후 지금까지도 흑요정들은 배신자 인간과 교활한 난쟁이들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주의 낙인과도 같은 검은 피부와 새하얀 머리를 감추기 위해 흑요정들은 대대로 지하에 숨어 살아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신의 저주가 흑요정들에게 치욕만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요정들만의 신성함을 잃은 대신 날쌘 몸과 뛰어난 야간 시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흑요정들은 마법에만 의존하는 요정과는 달리 독자적인 체술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흑요정 세계에서 도적이란 단어는 약탈을 일삼는 무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여 받은 신체적 능력을 나름의 방식으로 극한까지 발달시켜 다른 흑요정들에게는 불가능 한 일들을 가능케 하는 체술의 전문가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현재의 흑요정은 두 개의 집단으로 나뉘어 있다. 어리지만 현명한 여왕을 따르는 자들과 막강한 권력의 원로원을 따르는 자들. 화해와 복수라는 대립된 이념의 두 세력은 표면적으로는 협력하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각자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각각 첩보와 암살, 저주 등의 비밀스런 임무를 목적으로 하는 도적집단을 양성하고 있다.
어느 날, 대전이가 일어나고 지하에 있던 흑요정들의 수도 언더풋이 세상에 드러났다. 메이아 여왕은 이를 계기로 수백 년간 굳게 닫혀있던 흑요정의 문호를 개방하였고, 벨 마이어 공국에 있던 상인과 모험가들은 새로운 도시 언더풋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간과의 화합을 추구하는 여왕과 문호개방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원로원들. 여기에 최근 원인 모를 전염병으로 흑요정들의 도시 노이어페라가 황폐화되고, 이 사건의 원흉으로 인간이 지목되면서 두 세력의 대립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싸늘한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두 세력은 각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독자적으로 요원들을 양성해 세상 각지로 파견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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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동굴에서만 살아온 흑요정들은 자연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때문에 약탈은 아주 오래 전부터 흑요정들의 중요한 생존방식 중 하나였다. 타고난 신체적 조건 덕분에 그들의 도적으로서의 악명은 다른 종족의 상인들에게는 공포의 대명사와도 같았다.
기나긴 무정부의 시대가 지나고 흑요정 세계에도 국가가 생겨난 이후로는 약탈이 법으로 금지되었다. 외교라는 새로운 자원 획득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오직 흑요정들에게만 주어진 신체능력과 피 속에 흐르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모두 제어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흑요정 세계의 통치자들은 암암리에 활동하던 도적들을 억제하는 대신 그들 중 특히 뛰어난 자들을 모아 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비밀부대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자질에 따라 선택된 자들이 엄격한 훈련과 테스트를 통과하면 마침내 다른 흑요정들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속도와 함께 로그라는 호칭을 얻게 된다.
로그는 도적 중에서도 유일한 왕실 직속의 첩보부대로서 그들이 스스로에게 가지는 자부심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그들은 공인되지 않은 다른 도적들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새도우 댄서에 대한 반감이 심한데 이는 암살자들이란 비겁한 방식으로 사람을 죽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무리라고 여기는 로그들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로그의 주요 임무는 다른 종족 혹은 국가의 정보를 수집하여 흑요정들이 외교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전이 이전의 흑요정들이 지하에 갇혀 살면서도 세상의 정황을 살펴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로그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로그들은 세상 각지에 파견되어 흑요정의 영광을 위한 첩보임무를 계속하고 있다.
각성명 | 실버문(Silver Moon)
당신은 소리를 본 적이 있는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러한 질문을 받았을 때 웃어버릴지도 모른다.
공기의 진동을 눈으로 본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허나, 만약 당신이 "그녀들"을 만나게 된다면 자신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녀들은 로그 중에서도 극 소수에 불과하다. 선천적으로 신체능력이 뛰어난 흑요정 중에서 선
별된 로그의 신체능력은 이미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지만 그녀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경지에 이르기를 추구했다. 그리고 수많은 전투와 훈련을 통해 체술을 극한까지 단련한
그녀들은 마침내 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녀들과 대적해 본 몇몇 이들은 전장을 누비는 그녀들의 모습에 대해 경이를 담아 이렇게 증언하곤 했다. 초승달을 닮은 두 개의 은빛 검영에 공기는 갈갈이 찢겨졌고 감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녀들의 몸놀림은 기류가 되어 적진을 갈라 놓았다고.
그녀들의 이름은 실버문.
음속을 넘어 은빛 달로 화한 자들.
당신은 소리를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그녀들"의 전투를 실제로 보게 된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살아있는 소리 그 자체를 두 눈으로 목격했노라고......
2차 각성명 | 알키오네(Alcyone)
어두운 꿈에서도 보는 날카로운 빛.
우리가 닮고자 하는 신속의 성(星).
가장 멀리서 와서 가장 먼 곳으로.
인지를 초월하여 하늘을 밝히니.
순간의 지배자, 공간을 넘는다.
뛰어난 로그들이 속도에 집착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빠른 움직임은 강인한 정신력과 단련된 육체의 결합에서 나오는 최고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로그들은 그 결실을 맺은 자를 밤하늘의 밝은 별, '알키오네'라 부르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알키오네는 로그들에게 있어 가본 적 없는 고향이며, 만난 적 없는 스승이다.
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들은 별이 발하는 청백색의 빛이야말로 가장 올바른 가르침이라 여긴다.
그렇기에 로그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고개를 들면 언제나 그들의 스승이 함께하고 있기에.
그리고 언젠가 스승을 뛰어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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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요정과 요정의 얼마 안 되는 공통점 중 하나는 조상 숭배의 전통이 강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생이 끝나면 그 영혼은 자연과 동화되어 원소로 화했다가 언젠가 다시 환생한다고 믿고 있는 그들에게 있어 죽음이란 모습이 변하는 것일 뿐 존재 자체의 소멸을 의미하진 않는다. 바로 이런 원소의 힘을 빌리는 마법 덕분에 그나마 지금껏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흑요정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먼저 간 이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어 힘의 원천으로 삼는 무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채 원소로 흩어지지 못한 영혼을 억지로 가두어 부릴 수 있게 되면 원소의 힘을 빌려 사용하는 것 보다 훨씬 손쉽게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귀신이라 부르는 이 힘을 흑요정들은 사령이라 불렀고 사령술사들은 영혼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다른 흑요정들에게 탐탁지 않은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저주라는 그들의 비밀스럽고 막강한 힘은 음모를 꾸미는 자들에게는 매우 뛰어난 가치를 가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흔히들 사령술사들이 강한 힘을 얻기 위해 쉬운 방법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령술을 익히기 위해 치러야 할 엄청난 희생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사령에게 자신의 영혼을 저당 잡히고 하루하루를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령술사들의 삶은 웬만한 각오와 사연 없이는 결코 선택할 수 없는 길이다.
우연찮게도 사령술사들은 도적 출신이 대부분인데 아마도 그건 유독 힘에 집착하는 도적들의 본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같은 도적 출신인 로그와는 달리 그 힘이 가진 어두운 속성 때문에 사령술사들은 제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한다 하더라도 결코 누구의 인정도 받을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사령술사들은 거만한 로그들을 매우 싫어한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원로원 측에서는 여왕 세력에 속한 자들에 대한 견제를 위해 사령술사를 양성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원로들의 수장인 샤프론 또한 사령술의 힘을 이용한는 소문이 전해지고 있다.
보통 사령술사는 인격이 없는 불특정한 영혼의 힘을 이용해 대상에게 저주를 거는 일을 주로 하지만 그중 일부는 고대 흑요정들의 왕이었던 발라크르의 영을 스스로의 몸에 빙의시켜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리고 원로원은 스스로를 지킬 이런 방법을 터득한 자들에 한해 임무를 띠고 세상 각지로 파견될 자격을 주었다.
각성명 | 데스브링어(Death Bringer)
모든 생명을 공포에 떨게 했던 궁극의 학살자이자
위대한 흑요정을 진정 자유케 하고자 하였던 공포의 대왕 발라크르여
지금 이곳에 선 종복의 기도에 응하사
미천한 이 몸을 통해 그 진정한 위엄을 세상에 떨치소서.
거만한 요정들과 교활한 아첨꾼 난장이들에게는
징벌의 검을 내리치시어 대왕의 분노를 새기시고
배신자 인간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흑요정 변절자에게는
복수의 불길을 내리시어 영원히 고통속에 참회케 하소서
이제 대왕의 부름에 응하여 공포의 군대가 무덤에서 다시 일어나리니
그 앞을 막아서는 모든 적은 헤어날 수 없는 절망에 떨게 되리라.
오! 공포의 대왕 발라크르여.
부디 이 미천한 종복의 간절한 기도에 응하사
원통한 죽음을 이기고 다시 이 몸에 강령하소서.
베누스에게 저주를!
거룩한 흑요정에 영광 있으라!!
2차 각성명 | 타나토스(Thanatos)
사령술을 익히려는 자들이여. 그대들의 무지와 만용에 감탄과 비웃음을 던지며 이 글을 시작한다.
그대들이 짊어진 것이 무엇이든, 지금의 선택은 잘못되었다.
지붕을 고치기 위하여 기둥을 부수는 것과 같으니,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자는 즉시 그만두도록 하라.
그리고 아직도 탐욕스럽게 방법을 탐하는 자들이여. 축하한다.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가엾은 그대들이여.
절대로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혼을 깨우지 말라.
사령술은 세상에 남아있는 에너지를 불러들여 술자의 힘으로 구체화하는 주술이다. 결코 죽은 자를 이 세상에 불러들이는 사술이 아니다.
어떤 어리석은 자들이 악령을 현신하는 것까지 사령술의 범주에 끼워 넣었지만, 생전의 의지를 가진 강력한 혼을 어떻게 사역하겠다는 말인가?
그대들의 멍청함으로 금기를 깨지 마라.
역으로 사로잡혀, 자아가 닳고 닳아 먼지보다 하찮아질 때까지 고통 속에서 구르고 싶지 않다면.
죽음을 피하려다 죽음을 소원하게 되고 싶지 않다면, 가소로운 욕심을 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운이 좋은 녀석이 나온다면 나에게 연락을 하라. 이 친절한 조언을 무시하는 녀석의 얼굴을 한번 보고싶으니.
뭐, 내가 그 때까지 이성을 유지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 최초의 타나토스, 클로린드가 남긴 저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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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크르가 스스로 왕좌에 오른 후에도, 그의 소집을 거부하며 각자가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던 소수의 흑요정들이 있다. 그들은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전통과 결합하여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쇼난 지역에 거주하는 흑요정들은 가장 독특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다. 이들은 200년 전 장로들에게 숙청된 암조직 '바실리스크'의 후예라는 말도 있고, 작은 부족을 연합하여 반란을 꾀했던 '두라민'의 후예라는 말도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러나 상당히 오래 전부터 쇼난에 거주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
이들은 쿠노이치라 불렸으며 쇼난 고유의 넨과 차크라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한편, 흑요정이 본래 사용하던 마법도 함께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차츰 서로 다른 기술을 융합하여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인법'이라고 불리는 쿠노이치 고유의 술법이다. 인법을 통해 강력한 힘과 세력을 가지게 된 쿠노이치들은 쇼난에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나 한낱 암살의 전문가로서 유명했을 뿐이었다.
기술을 연마할 수록 그들은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 언제까지 암살이나 하며 살고싶지는 않았다. 고민을 하던 그들은 쇼난의 왕가나 귀족가로 흘러들어갔고, 그들에게 충성을 바치는 대신 암살자가 아닌 삶을 약속 받았다. 그들은 주로 주요 인물의 호위를 맡았으며, 정보를 수집하러 적진에 숨어들기도 하였다. 쿠노이치의 능력이 알려지자 힘이 있는 집안은 앞다투어 이들을 영입하였다. 그리고 결국에는 쿠노이치를 몇이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가문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쿠노이치들은 암살자라는 불명예를 벗었으나 자신의 세력을 노출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군주들에 의해 그 존재가 잊혀져 버렸다.
특히 일반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소문이나 전설 속에 사는 존재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쇼난의 왕족과 귀족들은 여전히 쿠노이치를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다.
각성명 | 이즈나비(Idunabi)
쿠노이치들은 화염을 사용하는 인법을 즐겨 쓰곤 하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불은 통상의 것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물로 잘 꺼지지 않기도 하지만 쿠노이치의 손가락 움직임 한번에 쉽사리 꺼지기도 한다. 이들의 수법은 암살자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하는 한편, 누가 암살을 지시하였는지에 대한 물증을 일절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암살을 그만두게 된 후에도 쿠노이치들이 사용하는 인법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술자 역시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는 불을 다루기 위해서는 고도의 훈련이 필요했고, 재능과 끈기가 없는 자는 부지기수로 떨어져 나갔다. 그런 의미에서 화염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는 것은 일종의 자격 시험을 통과한 증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강력한 불을 사용하는 자를 '이즈나비'라고 한다. 전설 속에 나오는 신령한 동물의 이름을 딴 이 칭호를 가질 수 있는 자는 역사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극소수이지만 쇼난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쇼난에 있는 흑요정들이 손님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로 이례적인 일인데, 이는 최초의 이즈나비가 인법을 거의 완성시켰으며 쿠노이치에게 암살자가 아닌 삶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쇼난의 일반인들이 떠드는 쿠노이치에 대한 전설은 대부분 이즈나비가 이루어낸 업적이다.
'이즈나비'를 선정하는 방식은 몹시 까다롭다. '가장 우수한 한 명'을 뽑는 것이 아니라 '가장 뛰어나더라도 기준에 미달되면 탈락'이기 때문에 장기간 이즈나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즈나비의 유무가 쿠노이치 전체의 발언권과 관련이 많지만 그들은 성급하게 이즈나비를 뽑아 명성에 먹칠을 할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게다가 이즈나비가 된 자의 실력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그 이름을 빼앗기 때문에, 이즈나비는 항상 쿠노이치의 정점에 선 자라고 할 수 있다.
2차 각성명 | 시라누이(Shiranui)
마른 땅에서 일어나
일순에 삼키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불이여.
저들의 무지가
스스로를 타락시킬 때
홀로 피어나는 꽃이여.
우리의 적 앞에서 마땅히
아름답게 개화해
너와 나 모두를 영존케 하라.
- 시라누이의 노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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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숨어 사는 인생을
숙명이니, 운명이니.
거창한 소리로 포장하지 않았다.
깊은 밤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아름답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우리의 손은 철저히 피로 물들어 있음을,
상처 하나하나에 죄와 악의가 들러붙어 있음을,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마라.
우리를 부른 것은 그대들이며,
우리를 만든 것 또한 그대들이다.
죄를 인정하지 않는 자, 스스로의 업보에 숨막혀 죽을지어니.
그대들의 빛이 언제까지 빛으로 남아있을지
어둠에 숨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
각성명 | 나이트메어(Nightmare)
"조용하고 날카로운 바람이 스쳐 지나간 다음 날 아침. 즐거움으로 가득 찼던 연회장에는 새카만 죽음이 가득했다."
암살단체 '마스쿼레이드'의 일화 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히는 '데어세크의 마지막 연회'의 목격담이다. 흑요정 왕의 동생인 데어세크가 주최한 연회에 초대된 104명의 사람들 전원이 시체로 발견된 학살극은 전후무후한 사건으로 남아있다.
당대의 뛰어난 전사와 마법사들이 모여 데어세크의 생일을 축하하던 그 연회는 언더풋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별장에서 열렸다. 손님들은 모두 초대장을 지참해야 했고, 엄격한 소지품 검사를 통과해야 입장할 수 있었다.
연회가 한창 흥이 올랐을 깊은 밤,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데어세크의 별장을 발견한 음유시인 체이빌은 나그네 별의 가호를 구하며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고 술에 취해 있던 데어세크는 흔쾌히 그를 객실로 안내했다. 주인의 은혜에 감사하며 단잠에 빠졌을 때, 체이빌은 자신이 끔찍한 학살극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리라는 상상을 해보기나 했을까.
그를 제외한 손님 모두가 하룻밤 사이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이 사건은 흑요정 사회뿐 아니라 아라드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마스쿼레이드라는 악몽의 시작이었으며, 살아남은 가련한 음유시인의 삶이 완전히 끝장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많은 사람들의 의심을 받게 된 체이빌은 평생 동안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며 살아야 했고, 풀리지 않는 억울함 속에서 눈을 감았다. 그의 결백은 사후에 밝혀졌다.
마스쿼레이드의 악몽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 유명한 암살단체가 해체되었다는 소문이 기정사실이 된 오늘날까지도 그들의 이름은 여전히 공포로 남아있으니, 긴 세월 동안 그들이 끼친 영향이 얼마나 엄청난지 추정할 수 없을 정도다.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에게 적이 고용한 마스쿼레이드가 그림자 속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 비수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차가운 칼날이 자신의 목젖을 그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절망감에 시달렸던 사람들의 끝나지 않는 밤을 생각해 보라. 이들의 악몽은 꿈 속의 일이 아니라 현실이었으며, 마스쿼레이드의 암살자를 나이트메어라고 부르는 까닭은 이런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다.
2차 각성명 | 그림리퍼(GrimReaper)
(전략)...그들은 누구보다도 뛰어난 암살의 전문가이지만, 그 방식은 실로 잔인하기 그지 없습니다.
확실하게 대상을 죽이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그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입니다.
아니, 의심이 아니라 실로 그렇겠지요. 그들이 끔찍한 방식을 고수할 수록 고용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많은 귀족들은 이미 그들과 긴밀한 접촉을 꾀하고 있습니다. 정적을 없애기 위해, 혹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들을 고용합니다.
아무리 경비병을 많이 세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희생자 자신이 뛰어난 실력자여도 어김없이 피투성이의 시체로 발견됩니다.
이 어찌 통탄스러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겠습니까? 어둠에 숨은 그들의 칼날을 피할 방도가 없다니요.
지금 우리 왕국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도구의 위치에서 만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분수를 잊고 어떤 파렴치한 행동을 취하기로 한다면? 모든 위험은 앞서 막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럼에도 망설여진다면 저 데어세크의 죽음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는 누구보다도 재빠르고 마법에도 능통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 때 그를 충실히 섬겼던 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정으로 그들을 대했던 데어세크마저 그런 최후를 맞았는데, 그들이 점점 더 큰 비밀을 알게 되는 현 상황을 좌시하고 계실 생각이십니까?
포고문을 즉각 왕국 전체에 뿌려, 모험가와 군대가 그들을 잡아들이도록 하십시오. 그들을 일망타진하여 후환을 없애야 합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그림리퍼들에게만 죄를 묻고, 고용주의 죄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베일에 숨은 그림리퍼를 바깥으로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후략)
- 발신인과 수신인이 밝혀지지 않은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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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던전앤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http://df.nexon.com/df/guide/TO/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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