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9. 우는 눈의 힐더
고요하고 어두운 적막이 흐르는 도시. 간헐적으로 눈에 띄는 불빛들이 더욱 스산함을 더해주는 이 곳. - 그래. [마계] 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군. 이곳은.
너무나도 조용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도시의 풍경을 창밖을 통해 그저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 여인이 있다.
「이봐 힐더. 우리는 이 세계를 구하러 온 사도들이지! 안그래? 하하하!」
[카시야스]가 했던 이야기가 계속 힐더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세상을 구원할 사도라... 이 세계는 아직 구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창 밖을 바라보며 무언가 중얼거리던 힐더는 문득 고개를 돌려 자신의 가족들의 모형에 시선을 두었다....어제도 어김없이 같은 꿈을 꾸었다.
눈부신 태양빛이 비추던 그 곳은 힐더의 고향인 테라 행성. 집 앞의 공원에서 평화롭게 산책하는 가족을 발견한 힐더는 목청껏 그들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그들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갑자기 귀를 찢을 듯한 크나큰 파열음이 들렸다. 크게 흔들리는 땅은 여기저기에서 갈라져 탐욕스럽게 버얼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힐더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테라의 멸망. 가족의 죽음. 또다시 이대로 둘 수는 없다. 피를 토하듯 가족의 이름을 하나씩 토해내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들을 수 없다. 흐르는 힐더의 눈물은 땅에 떨어져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씨를 도려내듯이 행성에서 떨어져 나가는 도시 위에 홀로 남겨진 힐더는 점점 멀어져가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며 절규하고 있었다. 이성은 이미 이것이 꿈임을 눈치챘지만 그때의 감정, 뼛속까지 느껴지는 절망과 무력감은 수백번을 느껴도 언제나 그대로 생생했다. 아아... 왜 또다시 나에게 이일을 겪게 하는거지? 왜!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다 폭발하는 고향의 행성은 꿈속에서 매번 한없이 처절하게 아름다운 불빛을 내며 산화하였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그녀는 또다시 모든 것을 잃었다. 또다시 모든 것을...
「날보고 [우는 눈의 힐더]라고 한다지. 좋지 않구나. 쉽사리 진심을 들킨다는 것은.」
알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그녀의 표정에서는, 그녀의 별명과는 다르게 아무런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걷기 시작하였다. 무너진 폐허을 몇분이나 걸었을까. 어린 마법사 둘이서 서로 마법을 뽑내며 깔깔대며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힐더가 중얼거렸다.
「첨단 과학을 자랑하는 거대 도시였던 이곳에 마법사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다니. 진정 아이러니로군.」
그때 멀리서부터 기괴하고도 우렁찬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마법으로 장난을 치던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제이, 저 소리... 무서워.」
「걱정마. 저건 제 3 사도라 불리는 [이시스-프레이]야. 항상 하늘을 떠돌며 살고 있는데, 우리같은 사람들을 해치지는 않는대.」
「사도? 그게 뭐야?」
「사도는 여기 마계에서 제일 강한 생명체들이야. 나도 잘은 모르는데, [카인]이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사도 얘기는 들은 적이 있어. 마계에서 이름난 강한 생명체들이 모두 카인에게 덤볐지만 아무도 카인의 상대가 되지 못했대. 그나마 우리 마계에 큰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모두 카인 때문이래. 카인은 진정한 영웅이야. 아마 언젠가 우리 마계를 구원해 줄꺼야.」
멀리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던 힐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상을 구원할 사도라....이 세계는 아직 구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생각은 계속되었다.
「한 세계를 구하는 것은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과 같은 일. 하지만 한 생명의 온전한 삶을 위해서는 여러 생명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나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한명의 사도,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한명의 파괴자를 의미함이로구나. 나의 고향 테라 - 매일 꿈속에 네가 등장하는 것은 너를 잊지 말라는 것임을 안다. 되살려줄께. 평화롭던 그 모습 그대로.. 나의 테라여.....!」
출처 : 던전앤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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