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3. 독
제 1 장. 비명
『아악!!』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어떻게... 된거지..?>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기도 전에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수십, 아니 수백마리의 붉은 색 루가루들에게 둘러싸여있는 한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눈에 익은 격투가 한명이 쓰러져 있었다.
내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던 비명소리는 아마 그녀의 것이었던 것 같다.
『저.저건 패리스? 그래 난 패리스에게...』
그 때, 쓰러져 있는 패리스의 뒤쪽을 노리는 루가루 한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벌떡 일어나 그 루가루를 향해 몸을 날렸다.
제 2 장. 독 (纛)
나는 독에게 알수없는 끌림을 가지고 있었다 . 그 향긋한 냄새와 치명적인 아름다움.
"어린 시절 숲 속에서 독거미를 입에 물고 죽어가던 강아지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내 품안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고통스러워하던 그 강아지. 나는 울었지만 단지 강아지가 불쌍하고 슬퍼서 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의 존재를 만난것에 기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죽음… 죽음이라………>
그 이후로 [독] 의 세계에 대한 내 연구는 집착에 가까워졌다. 격투가의 길로 들어서기를 다짐하고 몸을 단련하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각종 독을 수집하며 연구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왜 그런것인지는 솔직히 그때가 오기까지는… 몰랐다.
얼마전 나는 내가 그동안 모은 갖가지 독을 들고 헨돈마이어 골목에 사는 로톤 영감을 찾아갔다. 영감은 놀라는 눈치였다.
하긴 누구든 놀라지 않겠는가.
『이 모든 독을 자네 혼자서 모은 것인가? 놀랍구먼』
『영감. 이것들을 한방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한방에 쓴다. . . 옳지. 방법이 있지. 방법이 있어.』
로톤은 온갖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창고로 들어가더니 한참을 부시럭거렸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났을까. 로톤은 버튼이 달려있는 달갈 크기만한 장치와 마스크로 보이는 물건 두개를 들고 나왔다.
『자 이 마스크를 쓰게. 자네가 모은 독들을 정제한 뒤, 이렇게 비휘발성 알콜이랑 섞어서. . .』
로톤은 내게 마스크를 건낸 뒤 자신도 마스크를 쓰고나서 내 독을 한데 모아 알콜인 듯 보이는 액체와 섞었다. 나는 마스크를 쓰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조그만 분사기에 넣고 뿌리면. . . .』
분사기에서는 내 독들이 기체가 되어 뿌려졌다. 뿌려진 기체는 주변에 넓게 퍼지더니 주변의 시야를 가릴 정도의 안개가 되었다.
『이건 독안개로군. 이야. 영감. 이거 멋진 걸? 고마워!』
『이 독안개 속에서 보통 생명체들은 수초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네. 자네 자신이 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 마스크를 꼭 챙기게. . .』
나는 푹 눌러썼던 마스크를 벗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나는 이딴 거 필요없어. 그동안 수천가지의 독으로 단련된 이 몸에 넨의 힘을 조금 더하면 이 정도는 가뿐하지.』 마스크 속 로톤의 얼굴은 꽤나 놀란 표정이었을 게다.
『그. . .그렇구먼. 헌데 이렇게 독을 분사하게 되면 재료가 꽤 많이 들꺼야. 자네가 가지고 온 것만으로는 서너번 밖에는 사용하지 못하겠네 그려.』
『그럼 독을 좀더 구해야 겠는데. . . 독을 대량으로 구할 곳이 없을까?』
『한 곳이 있긴 한데. . .』
『어딘데? 응?』 로톤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엘븐 가드로 가게.』
『엘븐 가드? 설마 그 멍청한 고블린들이 쓸만한 독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있나. 요즘 엘븐 가드 어디에선가 붉은 색 루가루가 발견되는데 자네에게 그 독니가 아주 쓸모가 있을 걸쎄.』
『붉은 색 루가루?』
『그렇다네. 저번에 몇몇의 모험가들이 우연히 잡게되서 내게 연구를 의뢰한 적이 있었지.
일반 루가루들의 변종으로 처음 보는 녀석들이었는데 하여간 그놈의 독니는 아주 큰데다가 엄청난 맹독을 담고 있더군.
그놈 독니 하나의 독이 자네가 모아온 독보다 더 많고도 강한것이었다네...』
『그런 놈이 있었군. 고마워. 당장 떠나야겠어.』
『여보게… 하여간 조심하게.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모험가들이 엘븐 가드를 들락거렸는데, 이제와서 그런 놈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그놈들이 최근에 생긴 변종들이거나 아니면…… 』
『아니면?』
『그동안 놈들을 발견한 사람은 한명도 살아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일 테니까. . .』
『걱정마. 영감! 어쨌든 정보 고마워~』
나는 왠지 들떠서 허둥지둥 짐을 챙겨서 곧바로 로톤의 실험실에서 나왔다.
"엘븐 가드의 입구에는 아직도 초보 모험가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게다가 저 멀리서 익숙한 단진의 목소리마저 들렸다.
『자 돈 놓고 돈 먹기~』"
'단진 이놈은 언제까지 풋내기들을 등쳐먹고 살 작정이지?'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단진 앞을 지나갈때였다.
『자 방금도 한 손님께서 크게 한몫 잡고 가셨답니다. 당신도 도전하세요~ 내 피끓는 젊음을 어떻게 하려나? 내 마음도 지나가는 멋진 아가씨 마음도 루가루들처럼 붉기만 하다네~ 자 돈을 거세요~』
나는 흠칫 놀라서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쥐고 따지듯 물었다.
『너, 붉은 색 루가루에 대해 알고 있어?』
순간, 단진의 덮어쓴 가면 속의 얼굴이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붉은 색은 쉽게 물이 드는 색. 당신의 마음도 이미 반은 물들어 있네요~ 완전히 물들어 버린다면 다시는 돌릴 수 없지요.』
나는 쥐었던 멱살을 풀고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자자. 그냥은 안돼요. 나는 나의 행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정보를 준답니다.』
『행운 시험?』
『모든 일은 뿌린만큼 거두는 법! 투자를 한 사람에게 행운 시험에 도전할 기회를 드리지요. 오늘은 아가씨께 제 모든 행운을 드릴테니 한번 도전해봐요~』
쳇! 더러운 상술이로군. 나는 잠깐 피어났던 의아심을 훌훌 털고 그길로 붉은 색 루가루들을 찾으러 달려갔다.
제 3 장. 만남
"끝도 없이 늘어선 나무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멘지가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아직도 붉은 색 루가루의 자취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헉헉. . . 로톤 이 영감이 헛소리한 거 아냐? 조금만… 쉬어야겠다.."" 잠시 몸을 뉘이는 순간 바로 그때였다."
내 눈앞을 휙하고 지나간 녀석은 매끈한 몸매의 루가루! 그것은 붉은 색이었다.
『찾았다, 요녀석!』
나는 시야에서 놓칠세라 벌떡 일어나 그 녀석의 뒤를 쫓았다.
한참 동안이나 그 루가루 녀석이랑 실랑이를 벌였다. 이 녀석은 잡힐 듯 말 듯 한걸음 차이를 유지하며 나무들 사이로 재빠르게 도망다녔고 나는 계속 그 한걸음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그 녀석을 손에서 놓치고 있었다.
『이녀석이. . . 혹시 나를 유인하는 거 아닐까. . .?』
분명 의심이 들만한 상황이었지만, 녀석을 쫓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빽빽한 나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넓은 공터에 다다르자 그 루가루는 더이상 도망갈 곳을 잃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나는 됐다 싶어서 빠른 몸놀림으로 그녀석을 낚아챘다."
『잡았다! 어라? 이놈 힘이 보통이 아닌데?』
가까스로 손에 넣은 녀석을 깔고앉아 무차별 공격을 퍼부어 간신히 제압한 그때 비로소 주변의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뭐지?』
눈앞에 보이는 불타버린 건물들. 커다란 공장같은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몸뚱아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건물 여기저기에는 기분나쁜 덩쿨들이 엉켜져 있었고, 을씨년스러움을 더해주는 바람 소리가 나를 비웃고 있는 듯 했다.
'기분 나쁜 곳이군. 빨리 독이나 모아 여길 떠야겠다.'
나는 손에 잡고 있는 루가루 녀석의 입을 열어 빈병에 독을 짰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헤이, 조심해!』
그 사람은 번개같은 몸놀림으로 내 뒤쪽에 나타났다. 뒤를 돌아보니 한 여자가 격렬하게 발버둥치는 루가루 한마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이 여자도... 격투가로군?>
『이봐. 이 주변에 온통 루가루들이 있다구. 그렇게 허술하게 서있다간 순식간에 루가루들의 밥이 될꺼야.
잘봐.』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루가루를 내 뒤쪽의 숲 속으로 던졌다.
그러자 숲 속에서 수십 마리의 루가루들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들은 아마 너를 노리고 뒤쫓아온 녀석들일껄?』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그녀는 그 루가루 무리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가더니,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녀의 싸우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 적의 약점을 가차없이 공략하는 대범한 공격 . 싸움에 임하여서는 연민따위는 가지지 않겠다는 단호함.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마구잡이식 움직임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래 나는 안다. 저게 바로 오로지 실전을 위한 싸움으로서의 최고 경지다! 그리고 그렇게 루가루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패리스 저쪽이야!』
남자들 한무리가 그녀 뒤를 따라오며 소리쳤다.
그들은 쇠몽둥이, 각목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패리스라면 시궁창 공주 패리스!?>
시궁창 공주 패리스라면 모든 스트리트 파이터가 우러러보는 존재다.
그녀를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나는 패리스와 그녀의 패거리들과 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얼른 쓰러진 루가루 몇마리에게서 필요한 만큼의 독을 짜낸 후 곧바로 패리스가 들어간 눈 앞의 폐허로 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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