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8. 사도 카시야스
따사로움을 느낄 수 없는 곳. 마계. 만물의 근원이라 믿어지는 태양의 축복이 전무한 이곳 마계의 센트럴파크 한가운데 신기하게도 대륙에서나 볼수 있었던 아름다운 천연의 자연이 숨쉬고 있는 곳이 있었다.
싱그러운 자연의 내음 속에 한떨기 청초한 수선화 같은 모습을 한 여인이 자애로운 손길로 꽃들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한 여자아이가 뛰어들어오며 요란스럽게 내는 쿵쾅하는 소리가 평화로운 풍경을 일순간 어지럽혔다.
「케이트 언니! 또 화초나 가꾸고 있는거야? 마법을 그런데다 낭비하지 말고 나한테 소환하는 기술이나 더 가르쳐줘!」
서른살 이상의 나이차이가 났지만 케이트는 언니라는 칭호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피피야. 내가 항상 말했잖니. 소환하는 일은 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야.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와 진심이 통해야 가능한 일이란다.」
「좋아~ 그럼 날 대륙으로 보내줘. 대륙을 여행하면서 많은 생명체들을 만나고 친해질테야!」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단다. 때가 되면 네가 가기 싫어도 가야할 때가 올거란다.」
「피이...언니가 정령들과 소통하면서 사람들이 몬스터라고 불리는 생명체들과 처음으로 소환의 계약을 맺은 나이가 딱 내 나이정도였잖아? 나, 언니 만큼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잘할 수 있다구!」
케이트는 그저 빙그레하는 웃음과 함께 「그래 알고 있어.」하며 답했다.
「또 그 웃음! 아유~ 답답해! 차라리 화를 내면 대들기라도 하지!」
겉으로는 막무가내인 아이인 것 같지만 피피는 매우 똑똑한 아이였다. 주변사람들은 항상 이 아이의 엉뚱함을 경계하며 피피가 무엇을 소환할지 두려워하지만 케이트는 어린아이가 자신만큼이나 소환사로서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기특했던지 피피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
그런 피피를 잔잔히 바라보던 케이트가 말했다.
「피피야. 손님이 오시는 구나. 가서 모셔오너라.」
「누가 오는데?」
「귀한 손님이니, 공손히 대하거라.」
「알았어. 칫, 내가 언제 버릇없게 군적 있나?」
피피는 입을 삐죽하며 쪼르륵 달려나갔다.
문앞에서 서서 한참을 기다린 듯 싶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다 심심했던 피피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한바퀴 핑그르르 돌면서 주문을 외우자, 그자리에 한마리 고블린이 나타났다.
「호도르, 안녕?」
「우웩, 어지러워. 마계에 있을 때는 불러내지 말랬지! 대륙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다보면 토해 정말! 제일 싫어!」
「나 심심해. 놀아줘.」
「나 말고도 소환할 놈들 많잖아! 왜 꼭 나야!」
「그래도 네가 젤 재밌어. 놀아줄꺼지. 응? 어? 왜그래 호도르....?」
갑자기 호도르는 표정이 굳어 겁을 집어먹은 듯 안절부절못했다.
「.....나...갑자기 볼일이 생각났어....헤헤헤.. 친구가 꿔간돈을 갚는다고 했거든! 그럼 담에 봐 안녕~」
호도르가 갑자기 사라진 그때였다.
「신비한 능력이로구나. 꼬마야, 네가 정령사라고 불리는 케이트인가?」
지하 깊숙한 곳에서 부터 들려오는 듯한 가라앉아 있으면서도 단번에 사람을 압도하는 목소리였다.
피피가 눈을 올려 보니, 일반 사람보다 몸이 한배 반 정도 크고 날이 바짝서있는 두 자루의 검을 차고 있는 자가 얼굴과 온몸에 피와 흙이 잔뜩 묻어있는 지옥귀 같은 형상으로 서있는 것이 아닌가?
피피는 담력이 강한 아이였지만, 자신의 몸이 떨리고 있는 걸 느꼈다.
「아..아니. 케이트 언니는.... 저..저쪽 정원에 있어....」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던 피피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네가 케이트 언니가 말한 그 손님이야?」
덩치큰 손님은 짐짓 놀라는 듯 하더니, 혼자말을 하였다.
「케이트란 자는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
그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했다. 그때 맑고 청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리로 들어오시죠. 사도 카시야스님.」
「카시야스!?」
피피는 정말 놀랬다. 카시야스라면 마계 서열 4위의 사도가 아니던가. 그는 마계에 나타난 이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신보다 강한자들을 찾아 싸움을 건다는 자였다. 전투 스킬로만 따진다면 카인을 제외하고 사도들 가운데 최강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케이트의 말이 들리자 마자 큰 몸집이 번개같이 움직이며 어느새 피피의 눈앞에서 사라지며, 우뢰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바로 강한자와 결투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정령사 케이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시야스님.」
카시야스의 우락부락한 생김새를 보고 놀랐을 법도 한데 케이트의 자애로운 듯한 표정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 듯 했다.
「내가 올줄 알고 있었단 말이오?」
「주위의 정령들이 제곁으로 와서 사도의 왕림을 귀뜸해 주었습니다.」
「흠... 그렇군. 난 그리 돌려말하는 체질이 아니니 바로 본론을 이야기 하겠소. 나 카시야스는 결투를 위해 살아가는 족속으로서, 나보다 더 센 존재를 찾아 여기 마계로 뛰어올랐소. 그동안 마계안에서 강하다는 자들과는 모두 겨뤄봤고 [이시스-프레이]와 [로터스]를 제외한 모든 사도들과 싸워봤지. 사도라고 칭하는 그들은 확실히 강했지만 뭐 아주 대단한건 아니었어. 하지만...」
술술 털어놓을 것 같은 심정이 약간 망설이고 있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카인].... 그녀석에게만은 처절하게 패하였지...... 아. 카인! 그놈은 진정 괴물이야! 그의 막강한 힘과 체력 앞에 그동안의 나의 모든 전투 기술과 경험을 얄팍한 속임수로 전락하였지..... 그놈에게는 아무것도 통하질 않았다!」
「사도 카인이란 그런 존재로군요...」
두려움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는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 하지만 눈앞에 피칠갑을 한 무시무시한 얼굴의 카시야스의 얼굴은 분명 생생한 현실이었다.
「이런 패배감을 안고 그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어! 다행히 카인 그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유니언 스퀘어에 숨어 지내고 있지. 그동안 내가 더 많은 전투를 경험하며 점점 더 강해지면 언젠가는 승산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자니 난 한시도 참을 수가 없었소. 대륙에는 훌륭한 무술가들이 많다지? 무시무시한 몬스터도 많이 있다고 들었소. 나를 그들과 싸워보게 도와줄 수 있겠소? 내 당신의 부탁은 다 들어주리다!」
「카시야스님의 그런 심정, 충분히 이해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투를 주선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전 이 세상의 생명체들과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서로의 일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나를 도와달란 것이 아니오? 나도 나름의 고충이 있는 생명체란 말이오. 또 나도 당신의 일을 도와주면 되지 않소? 자 어떤 어려움이든 내게 말해보시오. 내 잘하는 것이라곤 싸움 밖에는 없지만, 이 험한 세상에선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겠소이까. 카인만 아니라면 내 지금 당장이라도 누구든 상대해 줄 수 있어.」
케이트는 말없이 가만히 생각하고 있었다. 카시야스는 조급해졌다.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군. 당신이 여행을 하던 당신의 제자들이 낯선 곳에 가던지 간에 강한 자들을 만나서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그때 그저 나를 불러주기만 하시오. 나는 강한자들과 결투를 해서 좋고, 당신네들은 위험에서 벗어나니 좋고. 어떻소?」
케이트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저쪽 기둥에 숨어 몰래 지켜보고 있던 피피를 불렀다.
「피피 이리오렴.」
피피는 카시야스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케이트에게 다가갔다.
「이 아이는 재능이 뛰어난 소환사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지요. 저희와 소환 계약을 맺게 되신다면 이런 어린아이들의 부름에도 응하셔야 합니다. 하실수 있겠습니까.」
「난 강해지기 위해서 이미 그런 쓸데없는 자존심 따위는 치워버린지 오래요. 그리고 마계의 마법사들은 어릴수록 능력이 뛰어나다고 들었소. 나를 고작 겉모습을 보고 상대방을 얕보는 소인배로 봤단 말이오? 핫핫핫.」
「그렇다면 좋습니다. 안그래도 어린 소환사들을 저 험한 세상에 내려보내기엔 제 마음이 놓이지 않던 차였습니다. 카시야스 님이 계시다면 이 아이들도 마음대로 대륙을 활보할 수 있겠지요.」
「그..그럼 언니! 나 대륙으로 내려갈 수 있는거야?」
「그래. 이제는 때가 된 것 같구나. 카시야스님께 감사하렴.」
「야호!」
케이트는 땅바닥에 크게 마법진을 그리더니, 두 손을 모으고 알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카시야스도 입가에 알수 없는 미소를 띄면서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눈부시게 밝은 빛을 내며 계약의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피피는 그 광경을 보면서 왠지 신이 나는 걸 느꼈다. 이제 눈앞의 저 무시무시한 괴물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기뻤지만, 그토록 고대하던 새 세상과의 만남이 이제 펼져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던전앤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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