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구원자
우선 마계라는 곳에 대해서 알아야 했다.
나는 한동안 고대도서관을 비롯하여 얼마 남지 않은 옛 마계의 자료들을 수집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그러면서 마계인들의 전설들을 주의 깊게 들으며 정리하였다.
그러다 루크가 또 우연히 메트로 센터의 전력을 가동시키면, 그 동안 루크가 건물로 그려놓은 그림들이 없는가 살폈다. 그리하여 새로이 그려진 형상들을 빠짐없이 보게 되었으며, 이전에 루크가 그려놓은 몇 가지를 더 발견하게 되었다.
루크의 그림은 모두 사도의 – 혹은 사도로 추정되는 자들의 - 죽음을 그리고 있었지만, 개중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자들도 있었다. 아직 마계에 올라타지 않은 자들일까? 하지만 새로운 사도를 찾는 힐더의 여행이 멈춘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었다.
게다가 아직 힐더와 카인의 죽음은 그려지지 않았다. 혹시 그들은 죽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미래는 확정적이지 않다는 것인가?
시간은 어느덧 수 십 년이 흘렀다. 루크의 건축 속도는 너무 느렸다.
나는 수년 만에 지어진 새 건물들에 불이 들어온 것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그림은 이전과는 달랐다.
<이것이 마지막인 모양이군…>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것이 더 이상 사도의 죽음을 그리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발 아래로 남녀 한 쌍이 풍요로워 보이는 세상을 굽어보고 있는 장면이 광대하게 펼쳐져 있었다. 남녀가 각각 누구인지는 정확하지 않았으나, 루크가 카인과 힐더의 죽음이 그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들일 것이라고 나는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예상했던 결말이었기에,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랬다. 바로 이것이 힐더가 하려고 하는 일이 분명했다. “테라의 재창조”. 그녀는 마계의 고대문헌들과 전설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멸망한 테라의 재창조”를, 진심으로 실현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재료는 한 세상의 멸망과 사도들의 희생, 즉 죽음이다.
고대의 테라에는 테라의 멸망과 재창조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창신세기” 라는 문헌이 존재한다고 한다. 대부분은 소실되었으나, 다음과 일부 구절이 전해진다.
● 선포하노니 희생은 거룩한 것이요 우리가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을 것이매
● 오직 시련으로 연단된 칼만이 우리의 심장을 꿰뚫어 위대한 의지에 회귀토록 하리로다
● 이것이 참 희생이요 소멸은 곧 창조이리니 우리가 임재할 곳과 우리로 하여금 영광되게 할 것들이 이로부터 창조되리라 하니라
테라의 역사학자들은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테라를 창조한 신들”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러니 고대 테라 신들의 희생과 소멸로서, 테라가 다시 창조된다고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힐더는 무엇 때문인지 “테라의 신들”과 “사도들”을 동일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새 세계를 열어갈 한 쌍, 즉 자신과 카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도들을 희생시키면 그 빌어먹을 테라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그랬다. 드디어 운명을 만난 것이다. 세상의 멸망이나 다른 사도들의 죽음 따위에 신경 쓰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내가 죽게되는 운명만 아니었다면, 힐더가 계획을 실현하든 말든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나의 마음 속을 온통 뒤흔들고 있는 것은 다른 이미지였다. “카인”, “제 1사도”, “무적의 카인”, “절대자 카인”, 제기랄. 힐더의 계획에서조차 그는 죽지 않는다. 그는 나의 죽음으로써 일구어낸 새 땅을, 그저 덤덤하게 딛고 서서 힐더와 함께 새 세상의 영원한 신으로 남을 것이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크크크크… 큭큭큭큭… 크하하하하…」
내 웃음소리는 점점 미쳐갔지만, 반대로 정신은 점점 또렷해져 갔다.
「크하하하하. 내가 힐더의 계획을 방해하는데 성공한다면, 이 세상이 멸망하지 않을 테니 많은 목숨을 구하게 되겠군. 명색이 폭룡왕으로 불렸던 내가 이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구하는 “구원자” 역할이라니!! 큭큭큭.」
숨이 넘어갈 것 같던 나의 웃음은 어느덧 차분한 미소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 뭐, 이 정도면 평범한 운명은 아니로군.」
출처 : 던전앤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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