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한 달 전
「벙어리 영감. 그거 말이야.. 나한테 보여준 것들...」
루크는 뚝딱거리면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가 이번에 힐더한테서 뭔가를 좀 얻어보려고 하는데 말이야. 이번 일이 꼬이게 되면 이대로 내가 죽을 수도 있는건가? 설마 내가 불 속에서 죽는다는 게 여기 마계는 아니겠지? 그건 전혀 멋지지 않은데.」
나의 우락부락한 신체는 무너져가는 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어져 있었다. 벽이 무너질 것 같다는 걱정에 한번쯤은 쳐다 볼만도 한데, 루크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저 망치질만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도라는 녀석들은 내가 사실을 이야기해주어도 믿지 않을 것 같아서 아무런 도움이 안돼. 자기 잘난 것에 대해 떠드는 데에만 관심 있는 놈들이라... 나랑 비슷한 놈들이거든. 크하하하.」
루크는 그저 왔다갔다 벽돌을 나르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뛰어내려 루크 앞을 가로 막았다. 쿵하는 큰 소리가 모래가루와 함께 이리저리 날렸다.
「이봐 영감. 당신은 벙어리지만 귀머거리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루크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피해 지나가려고 했다. 나는 이번에는 손을 뻗어 본격적으로 제지하였다.
「나한테 이 모든 것에 대한 귀띔을 해줬으면, 조금이라도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내가 도망갈 곳이 필요할 것 같은데. 하지만 이공간 속에 떠도는 이 마계라는 공간은 오로지 힐더만이 조종이 가능한데, 내가 어디로 도망갈 수 있지?」
루크는 시선을 돌려 먼 곳을 응시하기만 하였다. 그저 먼 산의 경치를 보는 것처럼.
<이 영감이.. 유치하게 시선을 피하는 건가. 아니면 진짜 말을 못 듣나? >
찡그리고 있던 내 두 눈은 자연스레 루크가 바라보는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쪽으로 아주 희미한 조명이 비치고 있었고, 그곳에는 평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탑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저건 뭐지?
나는 당장 그 탑을 향해 날아갔다. 탑은 한없이 위로 뻗어있었고, 위쪽으로는 마계의 하늘을 뚫으며 솟구쳐 있었다.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 탑 주변에는 어떤 장치가 되어 있어서, 주변의 빛을 모두 차단하여 특정한 각도로 빛을 비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구조인 것 같았다. 이 능구렁이 영감. 이공간을 돌파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고 교묘하게 숨겨놓다니.
다시 루크에게 돌아왔으나, 그는 다시 묵묵히 자신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하. 이제 보니 영감이 완전 내 편이로군. 몰래 이런 것을 만들어 놓다니 말이야. 저 탑 위로는 어떤 세상이 이어져 있는지 모르지만, 뭐 어차피 이곳보다 지옥일 수는 없겠지.」
이건 새로운 느낌이었다.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니.
「벙어리 노인네 하나 내편을 들어준다고 이렇게 든든하다니. 큭큭. 하긴 그러고 보니 홀로 외롭게 싸웠던 어린 시절이나 지루한 왕 노릇할 때나 항상 내 편은 없었군. 이거 갑자기 무척 고마워지는데. 우리는 친구인가 영감?」
나는 양손을 들어 루크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루크의 머리는 내 손바닥의 반 만했다. 나와 루크의 몸의 크기가 엄청나게 차이가 났기 때문에, 내가 몸을 완전히 구부려 인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는 한참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말하였다.
「그런데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해봤는데…」
나는 슬그머니 내 미소를 날카로움으로 채웠다.
「만약에 영감이 예언자가 아니고, 힐더가 시킨대로 하는 것이라면? 그러니까… 마치 예언을 하는 것처럼 내게 모든 것을 보여주었지만 그 모든 것이 힐더가 치밀하게 짜놓은 각본을 미리 그려놓아 내가 그대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루크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이 나를 도주시키는 것까지 힐더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면 좋겠군. 일단 내가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혹시 또 모르지.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 칙칙한 마계에서 불타 죽지 않아도 된다면 무엇이든 감수할 수 있을 것 같다네. 큭큭큭..」
출처 : 던전앤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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