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용의 전쟁
「생명수를 혼자 차지하여 마계를 지배하려고 하시다니. 그렇게 놔둘 수 없습니다. 바칼님.」
「마계를 지배한다라… 그것이 이 많은 지원군이 모여든 이유가… 되겠군? 참 그럴듯하군 힐더. 폭룡왕이라면 할 법한 일이기도 하고.」
「아무리 당신이라도 여기 있는 사도 전부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당신답지 않군요.」
「그렇지. 원래 사도들 전부와 맞설 의도는 아니었거든. 뭐, 내가 뭘 어찌 해보기도 전에 당신이 나보다 먼저 저 사도 어르신들을 당신 편으로 끌어들인 것 아닌가? 내가 생명수를 얻는데 성공했다면야 지금보단 더 재밌는 일이 벌어졌을텐데. 헌데, 나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토록 빠른 대응을 하다니 진심으로 감탄했네. 힐더.」
「서로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말고, 순순히 항복하시지요. 나중에 마계가 또 다른 행성에 도착하게 되면, 그곳에서 풀어드리지요. 원하신다면, 원래 계셨던 용의 행성으로 돌려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얌전히 묶여계신다면요.」
「자네는 지금 마계가 결착해버린 이 행성을 떠나지 않을 것이네. 그렇지 않나? 벌써 수십 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지 않은가.. 여기가 계획을 실현할 바로 그 행성 아니던가…? 나를 속이려 들지 말게나.」
여유로운 척 반박하고 있는 바칼이었지만, 상황은 분명 좋지 않았다. 힐더와 마법사들, 그리고 무엇보다 만만치 않은 사도들에게 둘러싸여 퇴로가 없었다. 공중은 힐더의 마법진으로 막혀있었다.
<내가 창조한 용인들은 모두 죽은건가? 하긴 사도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겠지. 이거 난관이로군…>
바칼은 루크의 건물들에서 본 불에 타며 고통스러워 하던 용의 형상을 떠올렸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야 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바칼의 머리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말이야… 자꾸 항복하라고 하는데 아까부터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분명 죽일 기회가 있었는데 죽이지 않고 있고…」
「아직 제게 자비가 남아있을 지도 모르지요.」
「’우리가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을 것이매…’ ’우리가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를…..’」
바칼은 자신의 중얼거림에 힐더의 얼굴에 미세한 일그러짐이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들을 빠르게 둘러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럴리가 없지.. 당신의 그 원대한 계획을 망쳐버릴 수도 있는 자를, 죽일 수 있을 때 죽여버리는 것 이외에 대안은 없을텐데….」
갑작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바칼은 마지막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뛰어오르더니, 큰 날갯짓 한번으로 카인에게 전속력으로 돌진하였다. 바칼의 긴 휘파람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칼을 둘러싼 벽 중에서, 카인이 지키고 있는 쪽만 무리를 짓지 않고 카인 혼자 서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절대 강자 카인이 아닌가!
카인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바칼을 보며 오른손을 들어 힘을 모았다. 온 대지가 진동하며, 주변의 가벼운 물체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소용돌이치며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다. 기가 약한 자들은 한꺼번에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 반면 바칼의 긴 휘파람 소리는 어느새 기합소리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바칼이 카인에게 부딪히기 직전, 카인은 기를 모으고 있던 오른팔을 휘두르려다, 순간 표정이 굳더니 멈칫하였다. 그러더니 순간적으로 자신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오는 바칼을 한번 쳐다보고는 신속하게 몸을 돌려 바칼을 피했다. 그것은 퇴로를 열어준 꼴이 되었고, 바칼은 그 길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리 날아가버렸다.
모두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미처 어떤 반응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바칼이 날아간 방향을, 그리고 카인을, 그리고 힐더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카인도 스스로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오른손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있었다.
「추격할까? 힐더?」
이시스-프레이였다. 그는 모인 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였다.
힐더는 바칼이 사라진 쪽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시스-프레이의 질문을 듣고서 비로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프레이님. 저 정도 속도라면 뒤늦게 출발하는 프레이님께서 따라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마계에는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을테니, 마계 밖으로 도망치겠지요. 오늘은 그의 마지막 날이 아닌 모양이네요. 하지만 그의 끝없는 욕심은 결국 그를 파멸로 몰아넣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이대로 철수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힐더는 이날도 역시 울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이때만큼은 분명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녀가 꿈꿔왔던 일의 첫 단추가 아주 잘 끼워졌던 것이다.
출처 : 던전앤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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