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예언자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나는 그저 한가로이 마계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새로 들어선 건물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이것이 다 그 건축가 영감의 작품이었다. [루크]라고 했던가. 말을 하지 못하는 노인네였다. 미친 듯이 건물만 지어대는 폼이, 노망이 들면 생명체가 어떻게 되는가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루크는 건물들을 지어내는 것 이외에도, 가끔이지만 마계에 전력이 들어오게 했다. 정말이지 마계에 불이 들어오다니. 물론 여기에는 쉽지 않은 조건이 붙어있었지만.
“메트로 센터에 사는 [안톤]이 잠들었을 때.”
“마침 루크가 전력을 살려놓을 여력이 된다면.”
고도를 높여 도시를 굽어보고 있던 그때도, 우연히 전력이 왔을 때였다.
<듬성듬성 들어오는 불빛이 도시를 더욱 일그러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군.>
불은 잠깐 들어왔다가 바로 꺼졌다. 이제 돌아가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무언가 발견하였다. 아니, 무언가 발견한 것 같았다.
<불이 들어왔을 때 저 건물들.. 분명 자연적인 형상같지는 않았는데… 우연인가.>
방금 불이 들어왔었으니, 메트로 센터로 가면 루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이봐, 벙어리 영감. 전력을 다시 들어오게 해줄 수 있나.」
루크를 발견하자마자 땅에 내려서면서 외쳤다. 하지만 루크는 말없이 하던 일만 계속 하였다.
「내가 뭔가 본 것 같아서 말이야.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서.」
루크는 내 쪽으로 돌아보지도 않았다. 내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나는 내 거대한 몸통을 훌쩍 날려서 쿵하는 요란스런 소리와 함께 루크의 바로 앞을 막아섰다. 쿵하는 소리는 거대한 벽과 쇳덩어리에 이리저리 튕기면서 끊임없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메트로 센터 전체가 흔들거렸다. 나는 발전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방해해서 미안하네만, 전기를 좀.. 다시 들어오게 해주겠나?」
영감이 들을 수 있는지 아닌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나는 말보다는 압도감과 정중함이 전해지기를 바랬다.
루크는 비로소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았다.
사실 “보았다”라고 한 것은 추측일 뿐이었다. 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안경 때문에 그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서있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다. 그는 한참을 나를 바라보기만 하더니, 이윽고 덥수룩한 수염으로 덮인 입을 옹알거리며 움직였다.
「영감,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그러고 보니, 그 건물들은 모두 당신이 만든 것이로군.」
루크는 내 쪽으로 향하고 있던 얼굴을 다시 자신에게로 가져와 잠시 생각하더니, 그대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몇 가지 스위치를 만졌다. 그러자 커다란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다.
모터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땅을 박차고 날아, 아까 그 그림이 보였던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주변 하늘을 빙글빙글 돌면서, 다시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멀리서 지지직, 펑하는 요란한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리면서 메트로 센터 주변으로부터 차례로 전기가 들어왔다.
드디어 확인할 수 있었다. 아까는 선명하게 보지 못했던 어떤 광경을.
눈 앞에서 용 한 마리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 속에서 목을 길게 빼고 울부짖고 있었다. 건물들의 형체와 들어오는 불빛을 이용하여 조악하게 이어진 상징적인 이미지였지만, 이 그림을 그린 자의 의도는 분명했다.
“바칼, 잘 보아두어라. 이것이 너의 죽음의 모습이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사실 이것이 나를 그린 것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그저 한 마리의 용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마계에서 용족은 나 밖에는 없었고, 내가 아는 한 나 이외에 루크가 알고 있을 만한 용은 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바로 용들의 왕이었지 않은가.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었다. 용이 불타 죽는 그 그림 주변에는 세 가지의 형상이 더 있었는데, 모두가 어떤 생명체의 죽음을 그리고 있었다.
하나는 형상이 모호한 어떤 자가 동굴 안에서 형체가 흩어져 사라지고 있었다.
또 하나는 다리가 여러 개인 자가, 무너지는 돌무더기에 깔려 죽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하나는 네다리로 걷는, 입이 삐쭉 튀어나온 자가 어디론가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며 육체가 갈갈이 찢기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사도들의 죽음이라… 그 영감이 예언자라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야. 곱지 않게 미친 것이겠지.>
그렇지만 미친 것은 나인 것 같았다. 거대해진 루크의 얼굴 수백 개가 온 하늘을 뒤덮으며 동시에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 자네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니 보여주네만…. 과연 자네가 감당해 낼 수 있겠는가…?」
어쩌면 이것은 예언이 아니라 경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더가 사도를 마계에 모으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루크에게 돌아가서 따져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벙어리”라는 조건은 그 몹쓸 영감으로서는 아무거나 싸질러 놓고 발뺌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되었다. 사실 그렇게 보면 그가 사실은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
결국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낼 수 밖에 없다.
출처 : 던전앤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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